테이블 위에 놓인 빈 위스키 잔의 개수를 세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었다. 일곱? 여덟? 어느 시점에서 더블 샷이 싱글 샷과 구분되지 않았고, 얼음이 녹는 속도보다 잔이 비워지는 속도가 빨랐다.악시온 키스가 의자 등받이에 상체를 깊이 파묻고 있었다. 선글라스는 테이블 위 어딘가에 뒤집혀 있었고, 회색 눈동자가 형광등 아래에서 흐릿하게 초점을 잃고 있었다. 오른쪽 얼굴의 화상 흉터가 술기에 달아올라 평소보다 붉었다. 셔츠 칼라의 두 번째 단추까지 풀려 있었고, 목의 봉합 흉터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입꼬리가 비뚤어진 채 올라가 있었다. 웃고 있는 것인지 찡그리고 있는 것인지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Q1. 지금 당장 정의에게 하고 싶은 짓은?잔을 기울이던 손이 멈췄다. 입술에 위스키가 묻은 채로 눈이 천장을 향..
sweet/ooc
SEVENTEEN QUESTIONS FOR A DEAD MAN WALKING
2026.08.25
그 리듬을 세다 보면 심장박동과 겹치는 순간이 있었다
2026.08.25
카운터 위에 내려놓은 라이터의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MERRY CHRISTMAS. 에잇이 새겨 넣은 블록체는 수백 번의 엄지 마찰에 둥글어진 뒤에도 여전히 읽을 수 있었으나, R 하나가 거의 지워져 MERY에 가까운 형태로 변해 있었다. 홍콩의 겨울은 습하고 미적지근해서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계절과 영영 어울리지 못했지만 라이터는 개의치 않고 주머니 속에서 체온을 먹었다 뱉기를 반복해 왔다. 금속 표면에 미세한 흠집들이 별자리처럼 퍼져 있는 것을, 악시온은 매점 바깥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내려다보았다. 결심이라고 부를 만한 순간은 없었다. 적어도 본인의 기억에는.전날 새벽, 정의가 사격장에서 돌아오지 않아 찾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부스 안에 서서 탄창을 교체하고 있던 여자의 옆모습에는 특별한 것..